[저탄소 생활혁명①] 에너지 자립 꿈꾸는 부안 등용마을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거리면서 에너지 절약이나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방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선진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이미 저탄소 생활혁명은 시작됐다. CBS 노컷뉴스는 일생생활에서 시도되고 있는 각종 탄소저감 노력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의 등용마을.

30가구 6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이 작은 동네에 요새 '에너지 농사' 비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에너지 농사'란 햇빛이나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햇볕과 지열로 난방을 하는 등 자연 속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일을 말한다.
여기저기 건물 지붕 위에 설치된 햇빛 발전소 4개에서는 이 마을 15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45,000kWh)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 마을 일대 3곳에 지하 150m 깊이에 열교환기를 설치해 지열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14~15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이용해 여름철 냉방을 겨울철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태양열 난방시설과 태양열 조리시설도 눈길을 끈다.
마을주민 김겸준 씨 지붕과 교육관 위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으로 모은 햇볕은 60평 규모의 교육관 절반의 난방과 김 씨 집 난방·온수를 각각 해결해주고 있다. 태양열 조리기는 특히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분산되는 햇볕을 모아 한 곳으로 반사시키거나 단열 처리된 박스 내부에 붙은 집광판으로 햇볕을 모아 달걀 후라이를 만들고 국을 데워 방문객들에게 대접한다. 또, 자전거발전기도 외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자전거 뒷바퀴 대신
자석코일을 붙여놓아 페달을 밟으면 가로등의 불이 들어오게 만들어 놓은 인간 에너지 기구다.

땀 흘려 페달을 밟으면 전력량을 표시하는 기계가 서서히 올라가지만 페달 밟기를 멈추면 숫자가 떨어지게 만들어 실시간으로 에너지 생산량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등용마을에서 재생에너지 체험학교를 운영하는 이숙 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땀 흘려 자전거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내면 함께 믹서기를 돌려 주스를 만들어 먹죠. 그런데 믹서기를 콘센트에 꽂는 순간 전력량이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코드를 꽂는 것만으로 전기가 소모된다는 것에 놀라죠. 그런 뒤에는 시키지 않아도 사용하지 않는 코드를 뽑기 시작하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바람이 많지 않은 등용마을이지만 교육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날개 지름 2.4m 크기의 풍력발전기도 이곳의 상징물이다.
등용마을에서는 이렇게 5가지 방식의 에너지 농사를 통해 마을이 소비하는 '전기'의 60%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2015년까지 총 에너지 자립도를 50%까지 끌어올려 본격적인 석유 없는 삶을 꾸려간다는 계획이다.
등용마을 주민들이 재생에너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들은 1년 5개월에 걸친 처절한 몸부림 끝에 핵폐기장 건립 부결을 이끌어 냈지만 '너희들은 에너지를 쓰지 않느냐'는 외부인들의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동시에 핵폐기장 사태로 에너지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들은 스스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게 되고, 지속가능하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주민들의 뜻은 ‘시민발전소 건립’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주민출자방식으로 태양에너지발전소를 세웠는데 태양에너지 발전기 4개를 설치하는데 총 1억여 원의 돈이 들어갔다고 한다.
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은 "부안 방폐장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서부터 기인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민들이 에너지와 관련된 실천들이 무엇이 있을까 찾게 되었죠"라고 회상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등용마을은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국내 대표적인 마을로 탈바꿈했다.
등용마을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 농법이나 대안교육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도 힘을 쏟는 한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중이다.
그 일환으로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량을 진단해 그 동안 소비 증가 일변도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지난해 처음으로 0.9% 줄이는데 성공했다. 또한 마을 주민 뿐 아니라 마을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재생에너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에너지 자립마을의 모델을 전파시키고 있다.
등용마을에서 시작된 에너지 자립 마을 일구기 운동이 에너지 해외 의존도 97%라는 한국의 위험한 에너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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