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월급

2016.02.08 12:25

- 농민의 월급

농민의 꿈은 소박하다. 농민들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억대농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식들 가르치고 빚지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으면 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내 돈으로 자식 교육비나 영농비 한번 제때 지출하고 싶다. 그런데 늘 돈이 없다.

 우리 농가의 농업소득은 연 평균 1000만원 정도다. 60%의 농민은 그것도 못 번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를 뺀 농업소득률도 32%에 그친다. 그나마 농민 자신의 노동력은 인건비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농사를 지을수록 자꾸 손해와 부채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매년 되풀이 된다. 그래서 월급쟁이가 부럽다.

 월급을 받는 농민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 경기 화성시나 전남 나주시, 전북 임실군에 가면 볼 수 있다.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하는 곳이다. 일부 농민들이 가을철 농산물 수확 예상대금을 봄부터 월급처럼 미리 당겨 받고 있다. 빚내지 않고 자녀 양육비와 학자금, 영농비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다만 ‘월급’이라고 부르는 건 어색하고 부적절하다. 이는 단지 농산물 매출예상채권을 담보로 잡고 월단위로 분할해 지급하는 대출금이다. 실제 효과는 금융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다. 지원 예산도 많지 않고 신청자격과 기회가 제한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빠르고 더 실질적이다. 2012년부터 ‘청년 취농자 급여제’를 실시하고 있다. 45살 이하의 청년 취농자에게 연간 150만 엔(약 130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준비기간 2년, 독립기간 5년 등 총 7년에 걸쳐 월급을 지급한다.

 이렇게 농민들에게 월급을 주는 기대 효과는 간명하다. 농가는 안정적 농업경영과 계획적 가계생활이 가능하다. 농민은 더 좋은 농산물을, 더 열심히 생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농업은 돈을 좇는 산업이나 이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합리적인 농업은 자본주의체제와는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농업은 개인이나 시장에 책임을 떠맡기기에 어려운 산업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국가 같은 공공(公共)이 나서서 책임지는 게 상책일 것이다. 농업은 ‘국가경제의 사활, 국민의 생존권 보호에 근본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다. 마땅히 국가기간산업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 산업에 복무하는 농민은 준공무원이나 공익요원 대우쯤은 받아야 하고.

 독일은 60년 넘게 ‘돈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을 농정의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 농촌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진다. 50%가 넘는 농업직불금으로 부족한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전해 준다.

 우리도 농민의 기본소득을 국가에서 보전해주자. 농민에게 월급을 지급하자. 그게 농민 기본소득이든, 농촌주민 배당이든, 농가 직불금이든, 농민연금이든 용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농민 기본소득제는 농민에게만 베푸는 특혜가 아니다.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으면 농촌과 지역이 살아난다. 농촌과 지역이 살아나면 도시도 덩달아 살아난다. 국가는 지속 가능하게 발전한다.

 생산자인 농민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킨다. 농업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농민이 기본소득을 받아야 할 이유와 자격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소비자인 국민이 농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해 줘야 한다. 농민은 남이 아니다.

 정기석(마을연구소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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