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11) - 식량 가격은 도대체 얼마나 올랐나

오늘은~ 2014. 3. 7. 21:55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식량 가격은 도대체 얼마나 올랐나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2000년대 이후 지구촌은 절대적 식량위기 시대로 변화했다. 식량(곡물)의 생산․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구조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할 조건이 갖추어졌고, 실제로 그래프에서 보듯이 주요 곡물의 월별 가격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2000년대 중반부터 전반적으로 밀, 옥수수, 대두(콩) 등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조적인 공급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폭등이 일시적 혹은 일회적 상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폭등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이후 국제 곡물가격은 일시에 크게 폭등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내리고, 그 후에 다시 크게 폭등했다가 약간 떨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단기적인 폭등과 약간의 하락세를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꾸준히 폭등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가격 폭등으로 모든 국제 곡물가격이 지난 12년간 사상 유래 없는 최고의 폭등세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가격폭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밀의 경우 2000년에 톤당 92달러였으나 2012년에는 293달러로 약 3.2배나 폭등했다. 옥수수는 75달러에서 286달러로 약 3.8배, 콩은 175달러에서 595달러로 약 3.4배나 뛰어 올랐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이 459달러에서 764달러로 약 1.7배, 태국산 장립종이 230달러에서 590달러로 약 2.6배 올랐다. 이와 같은 원료 곡물의 가격폭등 때문에 이들 곡물을 원료로 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가격도 크게 상승하였다. 또한 곡물 사료 가격의 폭등으로 축산물의 생산비가 증가함에 따라 축산물 및 축산 가공식품의 가격도 전반적인 상승 추세에 놓이게 되었다. 식료품 가격의 전반적인 급등은 먹거리의 양극화와 건강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서민층과 빈곤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구조적인 공급부족에 의한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가격폭등의 추세를 설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식량(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식료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전체 물가 상승을 부추키는 악순환을 최근에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동안 벌어진 국제 곡물가격의 변화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가격폭등 국면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특이하게 단기간에 가격이 미친 듯이 질주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밀의 경우 2008년에 톤당 30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293달러로 최고치에 근접했다. 옥수수의 경우 2008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12년에 다시 28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였다. 콩의 경우 2008년에 52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2012년에 또 다시 595달러로 최고치를 갱신하였다. 쌀은 200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이 1,0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태국산 장립종 역시 616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국제 시장에서의 거래 물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 등이 2008년과 2012년에 특이한 가격 폭등 현상을 보여준 것이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열쇠 가운데 하나는 식량에 대한 수출통제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식량에 대한 투기이다. 2007년과 2011년의 경우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곡물) 생산이 크게 감소했고, 곡물의 재고가 부족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생산의 대규모 감소는 가격이 미친 듯이 뛰어 오를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자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등 주요 곡창지대의 국가들이 식량안보 즉, 자국내 우선 공급을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곡물 수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약한 통제조치에서부터 수출쿼터를 정해 일정한 물량 이상을 수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아예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까지 다양한 수출통제조치가 취해졌다. 주요 수출국들의 곡물 수출 통제는 국제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가격의 광란극이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가격폭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곡물메이저를 중심으로 투기자본들이 곡물 투기에 뛰어 들었다. 국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곡물메이저와 돈벌이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의 곡물투기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한편의 가격 광란극을 연출했다. 당시 정확한 자료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08년 4월 30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의하면 미국 곡물메이저의 하나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의 곡물 저장-운송-거래 분야 순익이 무려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카길을 비롯한 다른 곡물메이저의 경우에도 이보다 더하거나 혹은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곡물메이저와 투기자본이 곡물투기로 돈잔치를 벌이는 동안 지구촌의 37개 나라에서는 식량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시위가 잇따랐고, 군대와 경찰이 강제로 이들을 진압하거나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벌어진 식량위기와 유혈사태에 대해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긴급하게 세계정상회의를 소집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지만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각국 정상들은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사진만 찍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촌 민중들이 흘린 피는 사람들의 기억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국제기구와 전문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만성적인 식량의 공급부족은 앞으로도 장기간 계속될 것이다. 여전히 식량 가격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폭등 국면을 이어갈 것이다. 여기에 더해 또 다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생산 감소가 발생한다면 수출통제조치는 언제든지 부활할 것이고, 탐욕에 가득찬 초국적 자본의 곡물투기도 또 다시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식량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민중들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민중들의 피로 얼룩진 식량 가격의 광란극은 지나간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