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9) - 신자유주의, 절대적 식량위기를 만들다

오늘은~ 2014.03.07 21:52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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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절대적 식량위기를 만들다

 

사람과 가축 그리고 자동차가 곡물(식량)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면서 곡물 소비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만성적인 식량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절대적 식량위기가 굶주리는 세계를 더욱 확산시키고 지구촌 인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 절대적 식량위기를 만들었는가? 생산이 소비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서 결국은 지금과 같은 절대적 식량부족이 발생했는가? 과거에 비해 농업기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농업의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의 부족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기후변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 발달과 생산성 증가로 인한 생산량 증대 효과는 경지면적의 감소로 인해 상쇄되었다. 재배면적의 감소 때문에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경지면적의 감소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진행되었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사막화를 확대시켰고, 물 부족을 심화시켰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와 농업용수의 부족이 식량을 생산하는 경지면적을 감소시킨 것이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의도와 다르게 경지면적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의도적으로 재배면적을 축소시켰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문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는 농산물의 자유무역 체제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서 농산물 자유무역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있다. 농산물 자유무역은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세계 곳곳에서 가족농과 소농을 농업으로부터 쫓아냈고, 이에 따라 경지면적과 재배면적도 축소되었다. 한국의 경우 WTO 출범 이전에 농가인구가 약 7백만명에 달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3백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농민이 농업으로부터 강제로 퇴출당한 것이다. 이전에는 45%에 달하던 식량자급률이 현재는 22.6%에 지나지 않는다. 식량자급률도 반 토막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소농의 대규모 몰락과 식량자급률의 하락은 한국 외에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농산물 수출 강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가족농이 농업생산에서 강제 퇴출당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소농과 가족농의 몰락은 대농과 기업농에게 식량 생산이 집중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대농 및 기업농과 결탁한 곡물메이저 및 초국적 자본에게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집중시켜왔다.


농산물 자유무역에 저항하는 전 세계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듯이 “WTO 농산물협상은 카길 협상”이라는 말은 농산물 자유무역의 본질을 꿰뚫는 적확한 표현이다. 카길(Cargil)을 비롯한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자본이 WTO 농산물협상의 시작에서부터 농업협정문을 작성과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배후에서 조종하고 때로는 전면에 나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이 초국적 자본에 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및 농산물 자유무역을 초국적 자본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결국 절대적 식량위기를 초래한 두 가지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적으로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자본이 절대적 식량위기의 근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말은 결국 굶주리는 세계의 주범은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지본이라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후변화는 의도하지 않는 것인 반면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및 농산물 자유무역은 의도적으로 했다는 것뿐이다.


절대적 식량위기를 만들고 굶주리는 세계를 만든 주범은 글로벌푸드시스템을 통해 식량과 먹거리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의 탐욕이다. 뿐만 아니라 식량위기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도 바로 이들 거대 자본이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지구촌 인류의 식량위기는 이들 거대 자본에게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다주는 황금의 땅과 같다. 식량위기가 이들에게는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가져다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식량위기가 해결되기 보다는 유지되기를 더 바란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인정하는 것이다. 식량이 부족한 나라가 WTO나 FTA에 구속되지 않고 생산을 늘리고 자급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농업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생산자인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아울러 소비자인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인정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국가가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WTO 및 FTA를 매개로 하여 자본에게 넘어간 식량과 먹거리에 관한 권리를 농민과 국민 그리고 국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의 주력 가운데 하나인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가 처음으로 제안했던 식량주권은 점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과 설득력을 넓혀가고 있고,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와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식량주권의 개념을 수용하여 각 나라들에게 공식적으로 권고안을 제시하였고, 최근에는 권고 수준을 넘어 구속력을 갖춘 협약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자본은 식량주권을 반대하고 국제협약을 저지하려는 세력의 근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동화되어 있는 관료와 언론매체 그리고 전문가집단을 내세워 어떻게 해서든 농산물 자유무역을 유지하거나 더 확장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는 식량위기의 해결책으로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글은 곡물메이저를 비롯한 초국적 자본이 지금의 식량위기를 만든 주범이며, 식량위기를 이용해 막대한 이윤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며, 식량위기의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결론으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