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8) - 사람, 동물, 자동차가 벌이는 식량 쟁탈전

오늘은~ 2014.03.07 21:51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사람, 동물, 자동차가 벌이는 식량 쟁탈전

 

굶주리는 세계의 직접적인 원인은 식량의 부족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식량의 소비에 비해 생산과 공급되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2000년을 기준으로 해서 그 의미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 자료 : www.faostat.fao.org 

 

2000년대 이전에는 이것이 식량의 상대적인 부족을 의미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00년대 이전에는 전 세계 곡물의 총생산이 총소비를 능가했다. 즉 곡물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잉이었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곡물의 소비량 보다 생산량이 더 많았다. 총량적인 측면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많은 나라와 빈곤한 나라 사이에, 그리고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에 식량 공급의 상대적 격차는 매우 크게 존재했다.


돈이 많은 나라와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식량을 소비하면서 영양과다 현상에 시달렸다. 돈을 들여서 너무 많이 먹고, 영양 과다로 찐 살을 빼기 위해 또 돈을 들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반면에 가난한 나라와 빈곤층은 돈이 부족해서 필요한 식량을 충분히 구입하지 못해 영양결핍 혹은 기아상태에 허덕여야 했다. 이러한 먹거리의 양극화는 당연히 건강의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에 있는 빈곤국가에서의 기아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일부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극빈층의 기아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현상을 상대적 식량위기라고 부른다. 상대적 식량위기 시대에 식량 소비의 격차를 심각하게 만든 것은 육류의 소비였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과 같은 육류를 직접 소비하거나 혹은 육류를 원료로 하는 육가공품을 소비하는 것, 우유를 마시거나 혹은 우유를 원료로 하는 유가공품을 소비하는 것 등과 같이 육류의 소비가 사람들의 식량과 먹거리를 심각하게 차별한 것이다.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한 끼에 밥을 두 그릇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육류를 많이 소비할수록 곡물의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곡물을 직접 소비할 경우에 사람이 얻게 되는 열량 에너지(kcal)를 육류를 통해 얻으려고 할 경우 쇠고기는 약 10∼12배, 돼지고기는 약 6∼7배, 닭고기는 약 2∼3배 정도 더 많은 곡물을 사료로 사용해야 한다. 동일한 열량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쇠고기를 먹는 사람이 밥을 먹는 사람에 비해 10∼12배나 더 많은 곡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예전에 ‘사람과 동물이 식량을 놓고 서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다’는 표현은 육류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식량 격차를 빗댄 것이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을 가축에게 먹여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와 계층이 육류 및 육가공품, 우유 및 유가공품을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상대적 식량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곡물 보다는 육류 및 가공품의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자본과 기업도 사람들이 더 많은 육류를 소비하도록 부추겨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총량적으로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식량의 총생산량이 총소비량 보다 부족한 만성적인 생산․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2004/05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생산이 소비에 비해 매년 약 5∼7천만톤 가량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로 변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절대적 식량위기라고 부른다.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량과 먹거리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최근 10여년간 국제 곡물가격은 전반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이러한 곡물가격의 급격한 상승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일쇼크와 식량위기가 겹쳐 발생했던 1970년대의 곡물가격 상승도 최근의 폭등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절대적 식량위기 상황에서 상대적 식량위기는 더욱 심각하게 악화된다. 총량적으로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도 상대적 격차가 심각했는데 이제는 총량 자체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식량과 먹거리의 차별과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빈층의 기아문제 뿐만 아니라 빈곤층과 저소득층 그리고 서민층 전반으로 식량위기의 고통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2004/05년 이후로 총량적인 면에서 식량의 생산과 소비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소위 ‘바이오디젤’이라고 부르는 자동차 연료용 소비와 생산이다. 국제 원유가격의 폭등으로 바이오디젤의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곡물의 소비가 빠르게 늘어났고, 이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곡물 생산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곡물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곡물을 놓고서 사람과 동물이 경합을 벌였다면 이제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동차가 곡물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나는 이 글의 첫 머리에서 굶주리는 세계의 직접적인 원인은 식량의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놓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진짜 원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굶주리는 세계의 본질적인 원인이며,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식량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