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6) - 먹거리 가격은 왜 이렇게 불안한가?

오늘은~ 2014. 2. 19. 20:45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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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가격은 왜 이렇게 불안한가

 

앞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먹거리 관련 병리적 현상으로서 먹거리 위험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 먹거리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 식량자급률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것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서 먹거리의 가격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도 꼽지 않을 수 없다.


부자든, 빈곤층이든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이다. 대부분의 먹거리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사회에서 먹거리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꾸려 가는데 가장 기초가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일수록 더욱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자들이야 먹거리 가격에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하위층으로 갈수록 가격이 불안하면 할수록 생계도 불안정해진다. 장바구니 무게가 주는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작년 5월 27일 정부는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종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이하 개선대책이라 함)」을 발표했다. 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포함되었는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먹거리의 가장 기초가 되는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답을 이미 농민단체가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역대 정권들의 오류와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이로부터 박근혜정부하에서도 농산물과 먹거리의 가격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우선 우리 사회의 먹거리 가격 불안이 왜 이렇게 극심한 것인가에 대해서만 우선 말하기로 한다.


본래 농산물은 작황 및 공급의 변동에 따른 가격 불안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여년간 농산물의 시장개방과 농업구조조정으로 인해 국내 농업생산기반은 매우 취약해졌고, 소수 특정 품목으로의 생산 집중도는 크게 높아졌다. 그래서 생산 및 공급의 변화가 가격 불안을 초래하는 힘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즉 특정 품목의 재배면적이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 감소가 가격을 더욱 크게 폭등시키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예를 들면 쌀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목이 재배면적 축소로 생산․공급의 기반이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에 과거와 동일한 수준으로 생산․공급량이 변동하더라도 가격은 더욱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쌀,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과 같은 소수의 품목을 제외하고는 농사지을만한 작목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들 품목으로 생산의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는데 이 가운데 주식인 쌀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이 가격파동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품목이 되어 버렸다. 배추값 폭등으로 김치가 ‘금(金)치’가 되거나, 양파값이 폭락하면 자장면에 양파가 가득하고 반대의 경우엔 양배추가 양파를 대신하는 일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먹거리 가격불안의 한 단면일 따름이다.

 

농업의 몰락과 생산기반의 약화 등과 같은 구조적인 취약성이 농산물의 가격파동을 야기하는 근원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상이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빈발하면서 가격 파동의 빈도가 증가하고 폭등 및 폭락의 강도도 더 세졌다. 게다가 선진국과 달리 생산조정 및 출하조절 등을 통해 수급균형과 가격안정을 적극적으로 담당하는 제도와 기구 그리고 재원 등이 부실하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가격파동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농민과 소비자는 가격폭등 및 폭락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사후약방문과 같은 임시땜질식 처방에 급급할 따름이었다.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한 뒤에야 정부가 부랴부랴 수매에 나서지만 원님 행차 뒤에 나팔 부는 격이다.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한 뒤에야 정부는 황급히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해서 시중에 방출하는 것 말고 하는 게 별로 없다. 가격이 폭락하거나 수입 농산물이 대량으로 방출되거나 어느 경우에든 농민이 농사를 더 이상 짓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결국 국내 생산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가격파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함정에서 우리가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만든다.


국내 농산물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에는 수입 먹거리도 밥상과 장바구니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공급의 부족 때문에 최근 10년 동안 쌀,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국제 곡물가격이 약 2∼3배 정도 폭등했다. 이처럼 10여년 사이에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이 곡물들은 가공식품의 기본 원재료가 되기 때문에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가공식품의 전반적인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고 있다.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으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세계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에 관한 것은 다음에 좀 더 상세하게 다루겠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은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민간기관들은 식량부족과 곡물가격 상승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생산기반의 회복과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한 정책의 방향 전환이 없다면 우리 사회 서민층의 삶은 갈수록 장바구니 무게에 짓눌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