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5) - 식량자급률에 대한 오해와 혼선

오늘은~ 2014. 2. 19. 20:44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식량자급률에 대한 오해와 혼선 -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포 -

 

2011년 기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2.6%이다. 그런데 또 다른 자급률 수치도 있다. 44.5%라는 자급률 수치도 있고, 40.2%라는 수치도 있다. 이 모두가 2011년을 기준으로 하는 식량자급률을 나타낸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식량자급률 이외에 식량자주율이라는 듣보잡(?) 용어까지 새로 도입하였다. 식량자급률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식량자급률이 22.6%라고 한다면 우리는 식량의 1/4도 자급하지 못하고 3/4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반면에 자급률이 44.5% 혹은 40.2%라고 한다면 대략 절반 가까이 자급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의 국민들은 우리의 식량자급률 수준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서로 다른 수치들 때문에 인식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도대체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수치는 어느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2011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2.6%이다. 이것을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하면 이 수치가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대표하는 수치라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을 적용하여 계산한 수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량자급률은 식량의 국내 총소비량에서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여기서 식량이 포괄하는 범위에 따라, 계산하는 기준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첫째, 쌀, 밀, 옥수수, 콩 등과 같은 곡물의 자급률로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곡물의 국내 총소비량을 분모로 하고, 국내 곡물 생산량을 분자로 하여 산출한다. 흔히 ‘곡물자급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이 식량자급률을 대표하는 수치이고,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국가에서는 이 수치를 식량자급률로 사용한다. 한국의 경우 연간 곡물 총소비량이 약 2천만 톤이고, 이 가운데 약 450∼460만 톤이 국내에서 생산·공급된다. 그래서 이 기준을 적용하여 계산한 한국의 2011년 식량자급률이 22.6%이다.


둘째, 곡물 소비량에는 사람이 식용으로 직접 소비하는 경우도 있고, 소나 돼지 그리고 닭 등과 같은 가축의 사료용으로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료용 소비를 제외하고 직접 식용하는 곡물의 소비와 생산만 계산하여 자급률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식용 곡물자급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의 식용 곡물 소비량은 대략 1천만톤이 조금 넘고, 이 가운데 약 450만톤 정도를 국내 생산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표시한 2011년 한국의 자급률은 약 44.5%가 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첫째 경우의 식량자급률 대표 수치를 보조하는 지표로 사용될 뿐이지 이것이 식량자급률을 대표하는 수치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국가들도 필요에 따라서 보조적인 수치로만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료용 소비의 경우에도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식용 소비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육류를 소비하는 것은 곡물을 사료용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사료용 곡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비록 사료용 소비라 하더라도 육류를 매개로 해서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소비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첫째 경우를 식량자급률의 대표 수치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셋째, 곡물 이외에도 육류와 과일채소류 등 농산물 일반을 모두 포괄하여 자급률을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무게를 기준으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 열량(칼로리. kcal)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국내 열량 총소비량을 분모로 하고, 국내에서 생산하여 공급되는 열량 공급량을 분자로 해서 계산하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계산한 2011년 한국의 자급률은 약 40.2%이다.


그런데 이 수치 역시 둘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조적인 자급률 지표로만 사용된다. 그 이유는 앞과 마찬가지이다. 이 수치는 국내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공급하는 에너지 열량은 국내 생산·공급으로 계산되지만, 실제로 국내산 축산물이라 하더라도 에너지 열량의 원천이 수입산 곡물에 있는 경우에는 자급률을 정확하게 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사료용 곡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에너지 열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자급률 수치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소 길게 설명했지만 결론적으로 한국의 2011년 식량자급률은 22.6%이다. 그리고 사료용을 제외하고 식용 곡물만을 기준으로 한 자급률, 에너지 열량을 기준으로 한 자급률 등은 보조적인 자급률 지표로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대표하는 수치와 보조적인 수치를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오해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오해와 혼선의 배경에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농산물 시장개방과 농업구조조정의 결과로 농업이 몰락하게 되었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약 43%이던 식량자급률이 최근 22.6%로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식량자급률의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세계 식량위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들은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폐기하라는 요구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를 비롯하여 신자유주의 개방론자들은 44.5% 혹은 40.2% 등과 같은 보조적인 지표를 내세우면서 국민들의 위기의식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보여 왔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아예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량까지도 국내 생산·공급과 동등하게 취급하여 자급률과 유사한 식량자주율이라는 용어까지 남발하였다. 즉, 한국이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확보한 곡물이나 한국형 곡물메이저를 통해 확보한 곡물도 국내 자급과 동등하게 인정하여 식량자주율로 표현함으로써 식량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왜곡시키기도 했다.


정부와 신자유주의 개방론자들이 의도적으로 유포한 오해와 혼선을 걷어내면 현실인식은 보다 선명해 진다. 2011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2.6%다. 그 이외에 다른 수치들은 보조적인 지표로서 활용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식량위기에서 대응하는 정책의 출발은 정확한 식량자급률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