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3) - 먹는 것이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

오늘은~ 2014.02.19 20:24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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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

 

시간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작년 5월 9일 MBC 뉴스는 서울시 초등학교 6학년의 비만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핵심 내용은 서울의 강북과 강남 가운데 강북에 사는 초등학생이 비만이 더 많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소득이 낮을수록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서초구, 강남구에서 어린이의 비만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이와 반대로 금천구, 동대문구, 강북구 등 강북지역 어린이의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는 먹거리 양극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이것과 유사한 내용의 조사결과들이 최근 몇 년간 자주 발표되었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를 비롯하여 일부에서 ‘먹거리 양극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먹거리 양극화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너무나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정착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적어도 우리 아이들만큼은 먹는 것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 양극화를 가장 쉽게 나타내는 표현은 ‘먹는 것이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의 차이가 먹거리의 차별을 낳아 결국에는 건강을 불평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소득의 차이가 건강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을 매개시켜 주는 고리가 먹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먹거리가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매개체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먹거리의 차별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양적 부족에서 오는 영양의 부족 혹은 결핍으로 인한 것이다. 이 경우는 주로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이 소득이 부족하여 충분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유엔국제식량농업기구(UN/FAO)의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에는 대체로 만성적인 영양결핍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8억5천만 명이었다. 그러나 세계식량위기가 발생하고 식량가격이 전반적으로 폭등하면서 2009년 기준으로 약 10억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빈곤과 기아의 문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결식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소득수준을 4개 계층으로 나눌 때 최하위층은 22.3%가 아침을 거르고 최상위층은 19.5%가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식사 결식률은 각각 7.7%와 4.2%로 차이를 보였고, 저녁식사 결식률은 5.6%와 3.5%로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상위층의 경우 라이프스타일이나 다이어트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난데 비해 하위층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 결식의 이유로 조사되었다.


또 다른 하나의 경로는 먹거리의 질적 차별에서 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뉴스는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소득층일수록 건강하고 안전한 균형 식단을 제공받지만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위험한 먹거리에 더 많이 접근하게 되기 때문에 건강이 불평등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아토피를 비롯하여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과 같은 식원성 질병이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당뇨병은 하위층이 10.3%로 상위층 8.8%보다 높게 나타났고, 고혈압은 각각 30.7%와 28.6%, 빈혈은 각각 9.7%와 7.2%로 상위층 보다는 하위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이재단이 2007년 13세 이하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빈곤아동의 비만율이 25.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전체 소아 비만율 10.9% 보다 2.5배나 높은 것이다. 이처럼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비만인구가 약 10억 명에 달하며, 이로 인한 심장질환이 사망률 1위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보고서는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의 비만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 내용 가운데 또 한 가지 주목이 가는 부분은 소득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비만율이 소득불평등도가 낮은 북유럽국가의 비만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 세계인의 밥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글로벌푸드시스템은 먹거리 양극화를 해소하기 보다는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푸드시스템이 제공하는 먹거리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빠르게 폭등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국제기구와 전문가집단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는 지금의 글로벌푸드시스템이 앞으로 빈곤과 기아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만 값싼 먹거리를 제공하는 글로벌푸드시스템에 더욱 더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먹거리의 차별에 따른 건강의 불평등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GMO,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 수확후 화학처리 및 식품가공 화학 첨가물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푸드는 가난한 사람의 밥상부터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