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 먹거리 기본권 (1) - 한국은 먹거리 위험 사회

오늘은~ 2014. 2. 19. 20:20

장경호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한국은 먹거리 위험 사회 - 위험이 재생산되는 구조가 근본문제 -

 

식품안전에 관한 국제적 혹은 국내적 법률∙제도∙정책 등 공식적인 규범은 매우 많지만, 이러한 공식 규범들이 철저하게 지켜지면 먹거리에 관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식 규범들이 ‘먹어도 된다고 인정하는’ 먹거리조차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우병 위험 쇠고기, 독극물 비소가 검출된 미국산 쌀, GMO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지만 그 사용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수많은 가공식품 등은 공식 규범이 인정하는 먹거리지만 여전히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공식 규범들이 허용하고 있는 잔류농약 및 동물 항생제 기준, 화학 첨가물 및 방사능 기준들도 위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식 규범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은 먹거리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초보적인 출발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먹거리 위험에서 탈피하려면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공식 규범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을 필요로 하며, 우리 사회의 먹거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편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먹거리체계(푸드시스템 food system)는 종자에서부터 밥상에까지 이르는 총체적인 구조이다. 그리고 공식 규범들은 푸드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푸드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핵심 요소이며, 푸드시스템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도록 만드는 장치들이다, 공식 규범이 먹거리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없는 한계는 곧 현행 푸드시스템이 먹거리 위험을 어쩔 수 없이 계속 재생산하도록 만들고 있다. 공식 규범을 위반하여 개별적으로 행하는 일탈 행위도 먹거리 불안을 초래하지만 지금의 푸드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먹거리 위험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근원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사회를 먹거리 위험 사회로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구조적으로 위험을 재생산하는 지금의 푸드시스템에 있다. 한국이 먹거리 위험 사회라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먹거리 관련된 다양한 병리적 현상들만 제대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먹거리에 관한 문맹 상태에서 벗어나고, 한국 사회가 먹거리 위험 사회에서 탈출하는 첫 걸음은 역설적이지만 한국이 먹거리 위험 사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푸드시스템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먹거리 관련 병리적 현상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대표적인 몇 가지 특징적 양상들만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계속 이어가도록 하고 여기서는 개략적으로만 살펴보자.


첫째,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먹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요소들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GMO, 화학농업, 공장식 축산, 수확후 처리, 각종 화학 첨가물 등 갖가지 화학으로 무장한 글로벌푸드(global food)가 이미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푸드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 것과 비례하여 먹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 즉 식원성(食原性) 질병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토피를 비롯하여 비만, 당뇨 등과 같은 소아 성인병도 그 일부에 해당한다.


둘째, 사회 전체로 보면 식원성 질병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건강의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병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반대로 저소득층일수록 위험한 먹거리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저소득 빈곤층 가구에서 식원성 질병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집중되는 현상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많은 조사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먹는 것이 사람을 차별하고, 이 때문에 사람의 건강도 양극화되는 병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글로벌푸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소위 자유무역이라는 포장을 내걸고, 수출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먹거리의 원천이 되는 우리의 농업을 몰락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2011년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이 22.6%에 불과하게 되었고, 그 나머지의 식량은 글로벌푸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농민을 내쫓고,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고, 농업을 몰락시키는 것과 정확하게 비례하여 우리의 밥상과 먹거리는 글로벌푸드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넷째, 먹거리의 가격파동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업의 몰락은 국내 농산물생산기반의 약화로 이어졌다. 원래부터 농산물은 약간의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크게 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생산면적의 축소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폭등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가격폭등 혹은 폭락이 과거에 비해 발생 빈도가 더 많아지고, 그 변동 폭도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잦은 기상이변의 증가는 가격불안을 더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고,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은 국내 먹거리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불안으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저소득 빈곤층에 타격을 준다. 부자들이야 먹거리 가격변동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서민들에겐 장바구니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이상과 같은 위험한 먹거리 및 식원성 질병의 증가, 먹거리의 양극화 및 건강의 불평등 확산, 농업의 몰락과 식량자급률의 급락, 먹거리 가격파동의 증가 등은 결국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글로벌푸드에 종속된 지금의 푸드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근원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