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귀농인, 실패한 귀농인

2012. 1. 30. 11:47

온라인 귀족 동호회 등 정보 습득 중요 - 수익모델 만들고 ‘귀농선배’ 도움 받아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가구 수는 2천218가구로 나타났다. 이것은 1990년 이후 총 귀농가구 수는 3만299가구 중, 지난해 2천384가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수치다. 특히 그 중에서도 경영능력이 있으면서 농촌 정착 의욕이 강한 40대 귀농이 크게 늘면서 농촌인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귀농·귀촌대책 발표 이후 귀농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경영능력이 있으면서 농촌에 정착할 의향이 많은 계층이 귀농을 하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귀농인구가 매년 늘어나면서 항간에는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린다는 사례도 있지만, 그러나 실패하고 다시 ‘도시인’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뉴스포스트>는 그간 귀농한 사람들의 성공·실패사례를 통해 ‘성공한 귀농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준비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강원 화천 ‘산속호수마을’로 귀촌한 김명웅 씨. 김 씨는 도시에서 ‘잘 나간다’는 소믈리에(와인감정사)였다. 제주 신라호텔, 서울 신라호텔, 부산 롯데호텔 등에서 7년 동안 근무하던 그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성적 제일주의’라는 교육풍토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 이에 김 씨는 2000년 과감하게 귀농을 결심했다.

전북 고창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진영호 대표도 금호그룹 이사로 재직하던 1992년 귀촌을 감행했다.

당시 그룹 내 동기들 중 처음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을 때였다. 보장된 앞날을 버리고 그가 농촌으로 향한 이유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도시 생활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물론 이들이 한순간 감정에 휩싸여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물론 정착을 위한 준비도 구체적이고 치밀했다. 충남 부여 백제 인동마을에서 귀농에 성공한 농부로 살고 있는 김은환 씨는 농촌에서 제2의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도시에서 실패했으니 농촌으로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편안한 도시에서도 실패하고 어떻게 농촌에서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농촌을 전원생활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단호한 선택과 치밀한 준비가 귀농에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이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경기 화성 창문아트센터 박석윤대표가 2000년 귀농을 결심했을 때, 그의 아내는 울면서 이를 말렸다.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1년 동안 주말부부 생활을 했지만, 박 대표의 꾸준한 설득 끝에 차츰 아내의 마음이 돌아섰다. 지금은 아내가 걱정한 것과 달리 두 아들 역시 방송반·사물놀이반 등 도시의 생활보다 농촌학교 생활에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수익모델 만드는 일 중요
자신의 결심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가족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면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수익모델을 만드는 일.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지 작목을 선택하고, 영농기술을 습득한 후 마지막으로 정착지를 물색해야 하는 것이다.

밤과 표고버섯 등으로 큰 이익을 남긴 김은환 씨는 정부로부터 국유림 15만평을 빌려 밤나무를 심었다. “밤나무 그늘 밑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 많아요. 고사리, 취나물, 다래순, 토란줄기, 비비추….” 김 씨는 이 작물들을 부여군 공동브랜드 ‘굿뜨레’로 상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장터를 열어 마을 특산물을 판매한 것은 호응이 좋아 수익도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은 김 씨는 틈새시장을 고민하다 원추리라는 야생화를 발견했다. 긴 동면에서 깨어난 동물이 먹는 꽃이었다. 동면한 동물은 몸이 굳어 있어서 배설기능이 마비되어 있는데 이 꽃을 먹고 나면 이뇨작용이 촉진된다는 효과를 알게된 후 이를 상품화시키기도 했다. 또한 꽃이 예뻐 조경으로도 좋을 것 같아 이를 마을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현재 부여군의 약 90여개의 농가에서 이 꽃을 재배하고 있으며, 원추리 체험마을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 건설에서 다니다가 10년 전 고향으로 귀촌을 결심했던 나종년 씨도 수익모델 창출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다. “마을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과 결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마을엔 유명한 고찰인 ‘옥룡사’가 있어요. 이곳 도선국사 설화에 따르면 도선국사가 득도를 하고 일어서면서 나뭇가지를 잡았는데, 그 나뭇가지에서 물이 나와 그 물을 드시고 바로 일어났다고 합니다. 바로 ‘고로쇠’입니다.” 나 씨는 고로쇠로 된장을 만들었는데 임산자원(고로쇠 물), 농산자원(콩), 수산자원(소금)을 제대로 이용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고로쇠 된장은 연 매출이 2억이나 된다. 

귀농 3명 중 2명 실패
그러나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농림부에 따르면 귀농한 사람 3명 가운데 2명은 농촌정착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 중에는 맹목적으로 ‘도시를 떠나고 싶다’거나 ‘돈 벌 목적으로 귀농을 한다’는 생각을 갖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실패사례 또한 꼼꼼히 읽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이다.

스물여덟 살에 귀농을 시작한 A씨. 그러나 그는 귀농 1년 동안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한 환경단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28살이라는 나이에 단체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게 그 귀농을 선택하게 된 유일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성장한다는 생각보다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작정 사표를 던진 그가 찾아간 곳은 대학시절 ‘농활’을 위해 찾았던 마을의 농민회 회원 댁. A씨가 들은 대답은 그 마을 농민회에 간사로 있으면서 이것저것 겪어본 후 판단해 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A씨는 무작정 그 말에 따라 귀농했다. 도시를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A씨는 마을 회장님 논을 조금 빌려, 회장님 댁 농사를 도우면서 장비와 기술을 지원받는 형태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품을 팔러 다니기도 했다. 도심과 다른 생활패턴에 매우 만족하던 생활이었지만, 정확히 일 년이 지나 A씨는 고민에 빠진다. 지금 당장은 이 생활이 좋고 견딜만하지만 맨손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후에 자립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부채와 보증 때문에 갈등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도시생활로 돌아오게 됐다.

40대 중반의 B씨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99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서산으로 귀농했다는 그는 2년 만에 1억원 가까운 빚만 남겼다. B씨의 실패이유는 농사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사실 B씨는 당시 귀농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고려대 농과대 대학원을 졸업해 농업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춘 데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지 5,000평도 갖고 있었던 것. A씨는 귀농 첫 해 농지 5,000평 전부에 생강을 심었다. 당시 생강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에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귀농 전 교육단체 등에서 위험 분사를 위해 소량다품종으로 재배할 것을 교육받았지만, 돈 욕심이 커서 이를 무시한 결과는 참담했다. 그해 생강농사가 잘 되는 바람이 가격이 폭락하면서 귀농자금 5,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것.

50대 중반의 C씨 역시 6년 전 2억원의 여윳돈을 갖고 경기 이천 부근으로 귀농했지만, 농사짓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실패한 사례다. 그는 한 달에 최소 100여만원의 소득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3,000여평 규모의 땅을 구입하는데 1억원 가까운 돈을 썼다. 게다가 전원주택과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짓는 데 또 1억원을 들였던 것이다. 게다가 ‘전원생활’이 주는 낭만에 빠져 농사일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집으로 손님을 불러들여 대화와 음주를 즐겼다. 결국 비닐하우스 관리가 소홀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꽃들이 얼어 죽게 됐다.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듬해 농협 등으로부터 5,000여만원을 대출받아 다시 꽃을 키웠지만 이번에는 경험 부족으로 실패했던 것.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한 그는 집까지 팔아 서울로 가야만 했다.

귀농 성공 7가지 노하우
이처럼 귀농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이 생기자 2001년에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발적 온라인 귀농동호회가 생겼다. ‘귀농사모(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것. 이 동호회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전에 귀농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과 ‘신입사원의 각오로 늘 농사에 임할 것’을 가장 큰 조건으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귀농사모’ 회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겪은 귀농성공 노하우 7가지를 소개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귀농 결심을 알리면 기대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귀농 동호회 등에 가입해 선배 귀농인의 조언을 구해라 ▷시골은 익명성과 거리가 멀다. 적을 만들지 마라 ▷ 도내 행사에 적극 참여해 주민들의 호의를 이끌어내라 ▷농사로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는 지역주민에게 일부 환원해라 ▷당당하게 행동하라. 일단 무시당하면 회복하기 힘들다 ▷교류하라.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