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명인의 짜고 맵지 않은 시원한 맛의 김장 담그는 비법



 

 

과거 김장은 여름 장 담기와 함께 한 해의 큰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세시행사였다. 김장 날이면 동네 아주머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김치를 만들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삶은 돼지고기에 막걸리는 김장 날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별미였다. 손이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에 눈 쌓인 짚을 걷어내고 땅속 깊이 묻어 두었던 항아리 뚜껑을 열면 잘 익은 포기김치와 묵은지,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가 초라한 밥상을 가득 채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김치냉장고에서 언제든 김치를 꺼내 먹을 수 있지만, 그 옛날 추위에 익어가던 김치의 맛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김치의 매력에 빠져 지난 20년간 고품질 국산 김치 생산을 위해 김치연구에 몰두해 오고 있다. 그 노력 덕분인지 김치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내게 김장 담는 비법에 대해 묻곤 하는데, 내가 전수하는 비법은 ‘우리 땅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 우리 몸과 입맛에 가장 맞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어야 한다. 고추는 반드시 태양초, 소금은 볶은 천일염을 쓰고, 기본으로 신선한 배추와 무를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배추뿐만 아니라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도 양질의 국내산 원료와 천연 양념을 사용하는 것을 신앙처럼 지켜야 한다.

 

과거 김장은 보통 입동을 전후로 100포기가 넘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적 생활양식의 변화로 젊은 세대는 김치를 사서 먹는다. 그러다 보니 김치 담그는 솜씨도 점점 잊혀가고 있다. 김치의 종주국 주부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잘 모르게 되는 것은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김치라고 하면 그저 간단한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배추 포기김치를 비롯하여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열무김치, 섞박지, 파김치, 백김치, 깻잎말이김치, 보쌈김치, 오미자 나박김치, 돌산 갓김치 등 가짓수도 많지만, 전래의 담그는 법 또한 가지가지다. 이젠 김치가 한국인의 식품에서 세계인의 식품이 됐다. 천 년을 넘도록 우리 오감을 사로잡은 짜고 맵지 않은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김치는 한국의 자존심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년간 고수해 온 나만의 포기김치 담그는 비법에 대해 공개하고자 한다.

 

 


 

재료

※ 1kg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재료 배합비율

절임 배추 690g, 무채 150g, 고춧가루(물고추) 30g, 갓 7g, 마늘 16g, 생강 16g 양파 7g, 대파 5g,

부추·쪽파 6g, 멸치액젓 8g, 새우젓 10g, 찹쌀 풀 8g, 기타 71g 


 

 

< 만드는법 >

① 배추절임

1. 배추는 밑동에 칼집을 넣어 손으로 벌려 가른다.

2. 물에 소금을 풀어 녹인 다음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금물을 끼얹어 적신다.

3. 배추 줄기 부분에 켜켜이 소금을 뿌린다.

4. 큰 통을 준비해 소금을 뿌린 배추의 속이 위로 올라오도록 차곡차곡 쌓고 남은 소금물을 붓는다.

5. 약 5시간이 지나면 아래위의 배추위치를 바꿔 한번 뒤집은 다음 다시 5시간을 더 절인다.

6. 깨끗한 겉 이파리를 골라 우거지용으로 함께 절여둔다.

 

② 절임 배추의 세척 및 탈수

1. 잘 절여진 배추는 흐르는 물에 네 번 정도 헹궈 세척한다.

2. 채반에 엎어서 탈수(물빼기)한다.

 

③ 부재료 준비

1. 무채는 2mm 굵기로 채 썰어 고춧가루를 골고루 버무려 고춧물을 들인 다음 찹쌀풀과 젓갈을 넣어 버무린다.

2. 마늘과 생강은 갈아 넣고, 양파는 채로 썬다.

3. 대파는 흰 부분만 어슷썰기를 한다.

4. 그리고 갓, 부추 또는 쪽파는 각각 4cm 길이로 썬다.

 


 

④ 찹쌀풀 쑤기

1. 찹쌀가루 1과 물 10의 비율로 하되 먼저 물 3에 찹쌀가루를 넣어 잘 풀고, 물 7은 냄비에 붓고 끓인다. 그리고

2. 여기에 찹쌀가루 갠 것을 넣고 풀을 쑨 다음 식힌다.

 

⑤ 마른고추 갈기

1. 마른고추를 잘 닦은 다음 가위로 삼등분하고 물에 씻어 20분 정도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불면 분마기 또는 믹서에 간다.

 

⑥ 양념소 만들기

1. ③의 준비된 부재료에 ④의 찹쌀풀과 ⑤의 간 고추를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넣은 다음 마늘, 생강은 갈아 넣고 채 썬 양파와 대파, 갓, 부추 등을 넣어 버무린다.

 

⑦ 양념소 넣기 및 항아리에 넣기

1. 절임 배추 잎을 펴 사이사이에 양념소를 넣은 후 겉잎으로 전체를 둘러 싸고 절임 배추의 자른 단면이 위로 오도록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2. 항아리의 4/5 정도 채워지도록 김치를 담은 다음 미리 절여 준비한 푸른색 겉잎을 덮어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꼭꼭 눌러둔다. 오래 두고 먹을 김치는 웃소금을 훌훌 뿌려 마무리한다 .

 

⑧ 발효·숙성시키기

1. 서늘한 곳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넣어 보관한다.


< 그린매거진 11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