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유기농업을 배운다- 농약·비료 필요없게 농사의 틀 바꿔

농진청-흙살림 공동실험농장 〈충북 괴산〉

쓰레기만두 등 불량식품 충격으로 식탁의 안전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다. 유기농산물이 반사적으로 뜨고 있지만 극히 일부일 뿐 결코 관행농산물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관점이다. 그래서 쿠바를 더욱 주목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유기농만으로 자급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쿠바 유기농업 실험농장을 소개한다.

◆ 쿠바는 어떻게 성공했나=쿠바의 농경지는 사탕수수와 방목지를 제외하면 190만㏊ 정도 된다. 이중 150만㏊에서 유기농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화학비료만 조금 사용할 뿐 농약은 거의 살포하지 않는다.

이 모든 성과를 불과 10년 만에 만들어냈다는 것도 대단하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수입에 의존하던 화학비료(연간 100만t), 사료작물(200만t), 농약(2만t), 그리고 트랙터 등 농기계와 부품, 석유의 공급이 끊어졌다. 이에 쿠바 정부는 ‘유기농업으로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모든 농업연구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 보급했으며 농업인들이 사용할 흙과 자재도 공급했다. 농업인들도 기계화·화학농법을 버리고 기꺼이 두세배 힘이 더 드는 유기농업에 동참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절박한 심정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1990년에 비해 55%(1994년)까지 떨어졌던 농산물 생산량이 1996년부터 완전히 회복돼 지금은 자급률이 100%를 넘는다.

◆ 우리의 유기농업과 무엇이 다른가=우리는 관행 농사법과 똑같이 논밭을 일구고, 똑같은 방법으로 작물을 심는다. 다만 농약과 화학비료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대체할 유기농자재가 필요하고 대부분 그 값이 비싸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반면 쿠바는 농사의 틀을 바꿔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 필요가 없도록 한다. 농경지를 격리하고 그곳에 좋은 흙을 채워 처음부터 병이 오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며, 저항성 품종을 심고 사이짓기(간작)와 섞어짓기(혼작)·돌려짓기(윤작)를 한다. 벌레들이 싫어하는 기피식물을 심어 쫓고 유인식물로 꼬셔내기도 한다.

그래도 안되는 부분은 천연제제나 미생물제제를 사용하고 풀은 손으로 뽑는다. 한가지 방법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며, 어느 정도 벌레 먹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므로 그냥 용인한다. 즉 ‘유기 아이피엠(IPM·병해충종합관리)’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방법들의 원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농업 교과서에 다 있는 내용을 한데 모았을 뿐이다. 다만 우리가 ‘단작(넓은 면적에 한 작물만 심는 것)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해 실천을 안하는 것이다.

◆ 실험농장은 어떻게 꾸몄나=주말농장을 생각하면 된다. 넒은 농장을 조그만 구획 여러 개로 나눠 분양하면 사람들이 한 구획 안에 채소류를 이것저것 심어 정성껏 기르는 것이 주말농장이다. 나무나 비닐·블록 등 어떤 재료로든 구획을 하나씩 감싸고 농업인이 전체 농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점만 다르다.

6m×1m 크기로 18개 구획을 나무와 비닐로 둘러 화단처럼 만들었다. 이 중 6개에는 유기농업을 해왔던 흙에
지렁이똥을 섞어 채웠고, 다른 6개에는 미생물제제(균근균+질소고정균)를 처리해 넣었다. 나머지 6개는 지렁이똥과 미생물제제를 함께 넣었다. 이렇게 땅을 높이고 나무 등을 둘러친 다음 지렁이똥을 주면 북주고 차단한 효과가 있어 작물의 뿌리가 실해지고 배수가 잘되며 병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각 구획마다 파·상추·얼갈이배추·브로콜리·케일 등을 한줄씩 섞어서 심었다. 파는 기피식물로 해충을 막는다고 한다. 쿠바에서는 비트와 메리골드 등도 기피식물로 활용한다. 농장 귀퉁이에 심은 옥수수는 벌레를 끌어들이는 유인식물이다. 병해충 방제는 비티(BT)제 등 쿠바에서 사용하는 미생물제제로 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농업인 한명이 500평 정도를 돌볼 수 있다.

◆ 흙상자 재배법은 = 땅이 아주 안좋은 곳은 상자재배를 한다. 위의 구획농법을 화단이라 하면, 이는 화분에 해당한다. 폐자재로 상자를 만들고 돌 30%와 퇴비 40%, 유기물(주로 방선균) 30%를 담아 작물을 재배한다. 흙과 유기물·질소·인산의 유실이 없고 물의 오염을 막을 수 있어 첫해부터 유기농업이 가능하고 소출도 떨어지지 않는다. 1㎡에 20㎏ 정도 잎채소류를 수확하는데
지렁이 퇴비를 주면 수확이 30% 이상 더 많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지렁이똥의 효과가 대단해 쿠바에서는 농가마다 1~2평씩 지렁이 사육을 한다.

◆ 실용화 및 보급 전망은 =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가에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처해진 상황이 쿠바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쿠바는 자급을 원했지만 대부분의 우리 농업인은 상업적 단작을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대도시 인근의 잎채소류 농가는 조금만 노력한다면 즉시 도입이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생산한 유기농산물이 인증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농가 텃밭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단작의 폐해로 농업인조차도 자신의 주작목 말고는 농산물 소비자이다. 이것을 쿠바식 유기농 텃밭에서 자급할 수 있다. 즉 쿠바 유기농업은 우리에게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지만 농사의 틀을 바꾸는 인식전환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괴산=윤덕한>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