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돕는 '비밀 병기'를 소개합니다

2012.02.07 11:59
친환경 유기농법, 충남 '받들교회' 김명준 목사를 만나다

  
"농사 지으면서 전혀 힘들지 않아요. 자연은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 박병춘
생명살림농장

 

목사님께서 친환경 유기농법을? 연결 관계가 모호한 느낌을 갖고 지난 12일, 충남 금산군 금성면으로 향했다. 황토로 지은 집, 전통 문양을 한 출입문 위에 '예배당'이라는 예쁜 글씨가 보였다. 예배당 초입에는 '생명살림농장'이라는 입간판이 있었다. 마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묘한 경외감에 젖었다.

 

별채로 보이는 곳 유리창 틈으로 오게 된 사연을 여쭙고 목사님을 찾았더니 밭에 계신다 한다. 목사님은 인터뷰하러 내가 찾아온 것을 알고 밭두렁 먼 곳에서 반갑게 달려오신다. 오늘의 주인공 김명준 목사님!(이후 존칭 생략) 검정 고무신에 황토색 생활 한복을 입고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데, 천사표 그 자체다.

 

우선 예배당 맞은편 방에서 김 목사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전면 유리창으로 가을빛이 곱게 들어와 운치를 더한다. 노트북을 켜고 건네는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설명에 고요와 평화가 가득하다. '이 세상엔 왜 이리 좋은 사람이 많은 거지?' 점점 흥미를 더한다.

 

김 목사는 1995년에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다 '농촌에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란 생각에 하향을 결심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도와 일했던 경력(?)이 전부였던 김 목사에게 농사법은 고민거리였다. 내려오자마자 농부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책도 보면서 농사일을 익히기 시작했다.

 

척박했던 땅을 농장으로 가꾼 김 목사

 

  
김 목사는 생명살림농장을 운영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농사를 짓는다.
ⓒ 박병춘
생명살림농장

 

김 목사는 주로 벼농사와 밭농사를 한다. 김 목사는 귀농을 결심할 때부터 일반적인 농법에는 관심이 없었다. 일반적인 농사를 지으면 농촌에 내려와 사는 의미가 없다고 믿어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사람답게 살 것인가'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을 궁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 목사는 친환경 유기농법을 떠올렸다.

 

김 목사는 혈기왕성한 젊음을 믿고 이것저것 재보지도 않고 유기농법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발견해 하나하나 체계를 세웠고, 모르는 분야는 책으로 소통했다. 친환경 농업과 연관된 선배의 말씀을 경청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역시 경험이 최고라는 판단을 했단다.

 

김 목사는 주변에 묵어 있는 땅을 빌려 밭으로 만들었다. 약 300평 정도였는데, 아카시아 나무가 꽉 찬 땅으로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김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손으로 아카시아 나무를 다 뽑아내고, 밭을 만들어서 농사를 지었다. 쓸모없는 밭을 이용해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주변인들이 감동하기 시작했고 남는 땅을 주인들이 소작농 형태로 빌려줬다. 그래서 콩, 고구마, 땅콩, 깨, 감자 등을 심어 수확했다.

 

'제초왕 우렁이'... 들어나 보셨습니까?

 

  
겨우내 왕우렁이를 키워 이듬해 논농사에 활용한다.
ⓒ 박병춘
왕우렁이

 

벼농사를 지을 때는 처음부터 왕우렁이 농법을 적용했다. 왕우렁이 농법은 금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었다. 우렁이는 직접 월동해 키우고 친환경 농법을 하시는 분들에게 분양도 하고 있다. 우렁이는 한 마디로 '제초왕'이다. 우렁이는 잡식성인데 물속과 물 밖에 있는 연약한 풀들을 모두 먹어치운다. 우렁이는 물속에 있는 풀을 잘 먹는다. 우렁이 농법에서 중요한 것은 논을 수평으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논에 물을 댔을 때, 물이 수평이 돼야만 우렁이 농법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모내기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 우렁이를 넣으면 잡풀이 올라온다. 이때 우렁이가 풀들을 다 먹어치운다. 제초제보다 확실한 효과가 있다. 우렁이의 번식력은 매우 뛰어나다. 우렁이는 한 번에 200~300개 정도 알을 낳는데, 논에 풀어놓은 지 한 달 정도 후에는 논에 우렁이가 왕성하게 번식한단다. 이후 논에 물이 빠지면 고양이, 족제비나 쥐가 잡아먹는다. 남는 우렁이는 논에서 자연스럽게 죽기 때문에 논에 거름이 된다. 특별히 잡아서 활용하지 않는다.

 

모든 농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풀이다. 풀 문제만 해결하면 대부분 농사는 수확을 잘 할 수 있다. 병해충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학 비료를 주면 웃자라거나 연약하게 자라고, 병해충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친환경 농법을 하게 되면, 튼튼하게 자란다는 것이 김 목사의 전언이다.

 

번거롭긴 해도 오리만큼 확실한 것도 없습니다

 

  
제초의 제왕, 오리. 모내기 후 논에 풀어놓으면 먹성이 뛰어난 오리 앞에 잡초가 자랄 틈이 없다.
ⓒ 박병춘
오리

 

김 목사는 우렁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오리 농법을 병행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논의 특성을 잘 알다보니 논에 자라는 풀의 종류에 따라 우렁이와 오리 중 택일해 제초 작업을 한다. 그는 오리를 직접 구매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많아 쉽지는 않았다. 그는 모내기하고 나서 추수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논에서 보낸다.

 

벼농사를 지은 지 10년 정도 지나니까 이젠 감이 잡혀서 우렁이나 오리 중 하나를 동원해 제초 문제를 해결했다. 오리 농법은 풀 가운데 아주 질긴 '피'를 잡는 데 탁월하다. 우렁이는 피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리가 논에서 풀을 몸으로 밀고, 발로 밟고 다니기 때문에 물 밖에 나왔던 풀들이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풀은 자연스럽게 물속에서 녹아버린다.

 

관리 면에서 볼 때 우렁이는 편한데, 오리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 오리는 활동력이 엄청 나서 망을 쳐줘야 한다. 또 산짐승이 있어서 관리를 잘 해야 하며, 먹이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좀 번거롭더라도 풀을 잡는 데는 오리가 훨씬 탁월한 효과를 낸다. 우렁이는 사람과의 접촉성이 떨어지지만, 오리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농장 체험을 하는 분들에게도 장점이 많다고 한다. 

 

김 목사는 논농사 말고도 밭농사에도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한다. 고추·고구마·감자·깻잎 등 밭농사에 쓰는 거름을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다. 액비(생선이나 깻묵을 원재료로 하는 비료)를 만들기도 하고, 구매해서 쓰기도 한다. 김 목사가 생산한 농산물은 주로 직거래로 판매된다. 김 목사의 농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구입한다. 현재 40여 명 가량의 개인 회원들이 있다. 또한 생활협동조합, 교회 쪽으로 납품하기도 하고 대청호 로컬푸드로 나가고 있다.

 

김 목사는 85세 어머니를 봉양하며 아내와 함께 고3과 중1 두 딸을 키우고 있다. 필자는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궁금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너무 낙천적인가?(웃음)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마음으로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여기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있었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하는 것은 없다"

 

김 목사는 올해 초에 영농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노동하고 생산물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힘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몇 년 더 지나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부의 보조를 우선으로 하는 영농조합보다 정관 자체에 친환경 농업을 기조로 해 지역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하고, 공익적인 부분을 우선시하는 영농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목사의 포부다. 

 

"농산물을 돈으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제가 생산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으니 행복하지요."
ⓒ 박병춘
받들교회

 

인터뷰 후반에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물었다.

 

"하루하루가 보람이고 기쁨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기쁨이다. 거기서 나오는 곡식을 보고, 나누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모두 축복이다. 내가 사는 것도 신비롭고, 다른 생명이 자라는 것도 신비롭고, 모든 것이 다 신비롭다.

 

농산물을 드시는 분들이 농산물 자체만을 보지 말고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까지 보고, 자연의 수고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주면 좋겠다. 물질적 가치, 돈으로만 환산하지 말고 하나의 생명으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농부는 농부 나름대로 책임을 지겠지만 먹는 분들은 농부 뜻과 자연의 가치를 함께 하려는 의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 목사는 목회활동과 농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목회활동이 곧 농사라는 것이 김 목사의 농사 철학이다. 누가 찾아온다고 그러면 특별한 것도 없고, 주변 정리가 아직 안 된 상태라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어느 정도 정리 좀 하고 누가 언제 오더라도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주변을 꾸미고 싶다는 것이 김 목사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