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땅에 묻힌 집

By ELLEN GAMERMAN

Adam Friedberg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밥 스탠슬과 태미 머렉 부부는 뉴욕 이스트 햄튼에 럭셔리저택을 마련하기로 했을 때 이웃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집의 반을 땅 위가 아닌 땅 아래에 지었다.

아치모양의 골진 금속지붕을 제외하면 콘크리트와 유리로 단순하게 지어진 이 현대식 주택의 몸체 대부분이 잔디로 깔린 집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침실 4개의 약 180평 저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40평의 공간이 지하층에 있어서 집을 전면에서 볼 때보다 측면에서 볼 때 두 배 이상 커 보인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같은 곳에선 건축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지하에 짓는 것이 유행이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스탠슬 부부는 규제때문이 아니라 절제미를 추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내가 은퇴 후 무지막지하게 큰 집이나 짓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길 원치않았다. 건물 외관을 치장하는 데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도 않았다.”라고 65세의 전직 모기지은행가인 스탠슬은 말한다. 그들 부부는 올 겨울에 새 집으로 이사 들어왔다.

정원에는 평평한 지붕의 차고와 조약돌같은 빙하석들이 조경의 일부처럼 넓게 펼쳐진 잔디 진입로 근처에 일본 단풍나무와 너도밤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알래스카산이라는 점에 매료되어2천 달러에 빙하석 약 545키로를 구입했고 오레곤 주의 창고에서부터 트럭으로 실어와 정원을 꾸미는 데 사용했다.

Adam Friedberg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저택 내부는 매우 심플하다. 데이 트레이더이자 말애호가(부부는 코네티컷과 네덜란드산 말 4마리를 소유하고 있다)인52세의 머렉이 원하던 스타일이다. “집이라기 보다는 다락방 같아요.”라고 머렉은 말한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칸막이 없는 오픈된 거실이 나오는데 바닥은 오레곤산 흑 호두나무와 흰 불가리아 라임스톤을 사용했다. 콘크리트 판 계단은 하프시코드 줄 같은 철제케이블이 받치고 있다. 아치형 거울 벽이 모던한 거실과 래커칠한 나무로 된 부엌을 둘러싸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지붕에서 내려오는 곡선을 감싸안은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다.

아래층에 있는 응접실과 덴은아래뜰 주위 2.7미터 높이의 프렌치도어 세 쌍을 통해햇살이 들어와 환하다. 반면 스탠슬의 서재와 일반창고에는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게 설계되었다.

건축가들은 후면에서 봤을 때 크기가 대폭 커지지만 정면은 절제미를 갖춘 집, 여러 채로 나뉘어져서 외관상 덜 거대해 보이는 집, 혹은 뉴욕 건축가 리 스콜닉이 “맥랜치온스(McRanchions)”라 부르는 1950년대 랜치하우스를 고급스럽게 개조한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건축가 크리스 로즈는 “우리는 마치 절약하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고 있다. 여성들이 고급백화점 버그도프에 가서 물건을 사서 갈색 종이봉투(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넣어주는)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한다.

탑처럼 높이 솟은 주택이라면 스탠슬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09년 스탠슬 부부는 오레곤 주 포틀랜드의 1930년대 상징물인 켄터베리성을 샀다. 해자와 도개교, 작은 탑까지 있는 이 성의 가격은 29만 달러였다. 옆집에 살고 있던 이들 부부가 투자용으로 구입한 것이었는데 시에서 성이 낡아서 구조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내렸고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부부는 안전상의 문제와 건물이 미관상 안좋다는 이유로 성을 철거했다.

Adam Friedberg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이와 동시에 스탠슬 부부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현재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스트 햄튼의 건축가 마지어 베흐루즈가 디자인한 이 집의 외관은 F-16전투기가 보이는 비행기 격납고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베흐루즈는 아연도금한 알루미늄지붕의 곡선을 따서 ‘아크(arc) 하우스’라 이름지었고 스탠슬은 집의 낮은 몸체에 반했다.

그러나 건물을 땅 밑으로 짓는 것이 항상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베흐루즈는 거실 위쪽에 서재로 사용할 다락방을 만들자고 제안했었지만 천장높이를 1.5미터, 18센티미터 정도(스탠슬의 키보다 약간 낮은)로밖에 확장할 수 없었던 데다 스탠슬이 이 제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산되었다.

최근 어느 날 집을 둘러보며 베흐루즈가 설계 뒤에 숨은 과학에 골몰하는 동안 스탠슬은 풀지 않은 이삿짐, 너저분한 구석, 인테리어를 위해 일부러 미완성으로 남겨둔 방들 등 보다 일상적인 문제로 여념이 없었다. (베흐루즈가 난방유리벽의 기술에 감탄하는 동안 스탠슬은 창의 얼룩을 보며 “꼭 강아지 콧물같군”이라고 말했다.)

스탠슬 부부는 키 큰 소나무들이 늘어선 긴 길 끝에 있는 이 부지를125만 달러에, 집은220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한다. 근처 목초지와 폴로경기장이 있는 지역에 있는 집은 29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와있다.

스탠슬 부부가 뉴욕으로 이사온 이유는 유럽으로 여행가기가 더 편리해서다. 포틀랜드 집이 팔리지 않으면 그곳에서 겨울을 보낼까 생각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집 정원에 있으면 포틀랜드에서 살았던 기억은 땅 속으로 사라진다. 한때 소유했던 포틀랜드성의 잔재인 무거운 돌 두 개를 곧 조성될 젠스타일 정원에 기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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