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화 변기, 한번 설치해 보세요

http://wonsoon.com/2644

 

오늘 아주 오래만에 강명구 아주대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수원시 시민창안대회 심사위원으로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강명구교수님은 자신의 집 부억옆에 화장실을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그것이 재래식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래식 화장실이 아니라 "퇴비형 변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부억옆에 설치한 것인데도 하나도 냄새가 안난다고 합니다. 완전히 썩은 것을 그대로 가져가 밭에 뿌리면 좋은 거름이 되니까 그야말로 퇴비화 변기입니다. 더 자세한 것은 강명구교수님이 직접 쓰신, 나에게 보내온 아래 글을 한번 보시면 됩니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의 삶의 양식을 조금만 바꾸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십 몇 여 년 전 연구년으로 미국 시애틀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세든 아파트의 첫 달 물 값을 받아보고 눈을 의심하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도취되었던 정신이 확 깰 정도로 비싼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곳의 휘발유 값과 비교해 보았다. 물 세 컵이면 휘발유 한 컵 값이었다.

 

당시 그곳의 유가가 한국과 비교해 약 삼분의 일 수준임을 감안하였어도 믿기 힘든 물 값이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얼추 휘발유 한 컵과 물 아홉 컵의 값이 같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아마 누구도 물 쓰듯 물을 쓰기 힘들 것이다. 고지서를 받아보고 물론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변기 물탱크에 벽돌을 두 어장 넣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바닷가로 직접 흘러 내려가는 정화된 오수가 맑고 깨끗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돗물에 비싼 오염부담금이 포함된 것이다.

 

우리도 수돗물 값을 올리자는 말이 아니다. 근대화의 풍광인 수세식 변기가 얼마나 물을 많이 쓰고 또한 얼마나 많이 환경을 오염시키는가를 깨닫자는 말이다. 남한강 상류 산골 강변에 사시는 큰 이모(부)가 잘 아신다. 더 상류에 위치한 제천에 새마을 운동으로 수세식이 소개되면서 떠먹어도 되던 강물이 얼마나 혼탁해졌는지. 물론 충주댐이 완공된 후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어졌단다. 8순이 가까운 이모부는 열렬한 박정희 숭배자로서 자랑스럽게 산업화 세대를 살아내신 분이다. 그러나 당시와 오늘을 비교해 어느 삶이 좋은 것인가 판단이 어렵다고 고백하시며 참으로 물 맑은 하얀 백사장에서 천렵하던 날들이 너무도 그립다고 하신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권 주변 시골 비슷한 곳으로 이사 오면서 나는 화장실에 관한 한 그 어느 호사스런 최고급 변기도 부럽지 않은 자연 화장실을 갖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도 집안에. 집안에서도 부엌 바로 곁의 따스하고 밝은 곳에. 더욱이나 물도 한 방울 쓰지 않고 냄새도 없이 말이다. 물론 아무리 추워도 얼어 터질 걱정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자랑 하나 더하자. 이 화장실은 내 밥상의 윤기 나는 채소까지 책임져 준다. 그래서 이름 하여 퇴비화 변기다. 내 얘기에 그게 정말이냐고 적잖은 사람들이 일부러 보러오기까지 하였다. 궁금하신 분들은 <녹색평론사>에서 번역 출간한 <땅 살리기 똥 살리기>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나는 그대로 따라서 한 것뿐이다. 그도 아니면 조셉 젠킨스(Joseph Jenkins)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던지 아니면 www.humanurehandbook.com을 방문해보시라.

 

원리는 너무도 간단하다. 흔해 빠진 20 리터 들이 플라스틱 들통을 육면체 나무 상자에 넣고 들통의 직경에 맞게 나무상자 상단을 오려내고 그 위에 수세식 변기 덮개를 장착한 후 일을 보시라. 그리고 마른 풀이나 짚, 혹은 낙엽 부순 것, 톱밥 등으로 덮어 주시라. 냄새 완벽 제거다. 꽉 차면 마당 한 켠의 퇴비 칸에 비우고 다시 마른 풀 등으로 꼭 꼭 덮어 주시라. 물론 통은 물로 닦아 주시라. 그리고 그냥 기다리시라. 일 년 지나면 냄새도 향기로운 초콜릿 색깔의 짙은 갈색 퇴비가 나온다. 우리 부부는 이것을 갈색 황금이라 부른다. 이걸 텃밭에 덮어 주시라. 모종을 꽂아놓기만 해도 저절로 자란다. 당신의 똥이 당신의 밥이 되는 것이다. 물로 똥을 씻어 내리고 그 물을 다시 정화시킨다고 별 오만가지 과학적 지식을 들이대고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들여가며 생난리를 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번 달 어느 날 아침 신문에서 혹한으로 수도가 얼어 화장실 때문에 고생한 경험 기사를 하도 실감나게 읽어 옛 생각에 더하여 최근 내 경험을 소개해 보았다. 물론 조금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은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근대화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하여 이처럼 간단하고 값싸고 환경 친화적인 삶의 지혜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곧 우리가 누리는 (혹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리함의 대가를 요구하는 지불 청구서가 배달될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은 새 발의 피다. 조만간 보시라. ‘4대강 죽이기’의 대가가 얼마인가를. 개봉박두. <부제> 환경 친화적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으로 편리함의 탐욕을 넘어서야

저작자 표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