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중도기화분 냉장고


 봄은 짧고 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곳 전남 장흥은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들 것이고 이제 곧 무더위가 시작된다. 더운 여름 신선한 음식들은 쉽게 부패한다. 농촌에 와서 살아 보니 더운 여름에 냉장 보관할 음식물들이 넘쳐난다. 윗집 방촌 아짐댁은 자식들이 사다 준 냉장고가 2대, 김치냉장고 2대나 가지고 있다. 저온저장고를 갖춘 농가들도 적지 않다. 우리 집에는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각 1대씩 있는데 여름철 음식물을 보관하기에 충분치 않다. 그렇다고 냉장고를 한대 더 마련하기에는 다용도실도 좁고 냉장고 구입비용도 부담이 된다. 냉장고는 가장 전기를 많이 이용하는 가전 제품 중에 하나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로 좀더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 IEA 조차 2006년 석유정점을 지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식적인 석유고갈의 시대로 들어선 셈이다. 중동사태나 국제적 투기는 단기적으로 고유가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석유고갈은 근본적인 고유가의 이유가 되고 있다. 당연히 지속적인 유가상승은 예견된 현실이 되고 있다. 당연히 전기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정부 역시 전기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냉장고를 한 대 더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더위를 잊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마당에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히는 것이다. 이는 기화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화열(氣化熱)은 액체가 수증기로 변화며 기화할 때 외부로부터 열을 흡수하는데 이를 증발열이라고도 한다.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은 분자간의 인력이 약해져 부피가 늘어나는 것이므로 분자의 분리에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더운 여름에 물의 기화열을 이용하면 주변이 시원해지고, 추운 겨울엔 따뜻해진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적정기술을 적용한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도기화분 두 개와 모래로 기화열을 이용하는 이중도기화분 냉장고를 만들어 사용해보면 어떨까.

 기원전 2500년 고대 이집트 왕국에서는 기화열을 이용해서 물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방법이 이용하였다. 이집트의 프레스코 벽화 중에는 노예가 물이 든 도기물병에 부채질을 하는 그림이 있다. 부채질을 해서 물병의 기화를 가속시켜 물을 차갑게 하기 위해서이다. 인더스 유역의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도 기원전 3000년 전 이와 유사하게 도기에 든 물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방법이 이용되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잊혀져 버렸다. 인도에서는 다른 유형의 도기물병이 물을 시원하게 만드는 데 이용되어 왔다. 스페인을 비롯해 지중해 인근에도 기화열을 이용해서 물을 차갑게 보관하는 물병이 이용되었다.

 1995년 모하메드 바 압바(Mohammed Bah Abba)는 북 나이제리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음식물을 냉장 보관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도기물병 기화방법을 이용해서 이중 도기 냉장고를 발명했다. 할머니로부터 배운 전통도기 만드는 방법을 이용했고, 젖은 강 모래를 냉장 단열재로 사용했다. 2000년 로렉스 월계관상(Rolex Award)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01년 월드 쉘 상(World Shell Award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수상했다. 2009년 에일리 쿠민(Emily Cummins)은 에코프리지(Ecofridge)라 불리는 다양한 도기냉장고를 디자인했다. 모하메드는 자신이 발명한 도기냉장고 고안을 알 파셔(Al Fashir) 대학의 중간기술연구 그룹에 전달하고 음식물 냉장보관 성능을 측정했다. 이후로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이중도기화분 냉장고는 제3세계로 널리 보급되었다.

이중도기 냉장고의 냉장효과

  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렉티컬 액션(Practical Action)의 발표에 따르면 수단과 같이 하루 만에 야채나 과일이 상하게 되는 더운 지역에서도 기화열을 이용한 이중 도기 냉장고를 이용하면 야채를 최소 3~4 주 보관할 수 있다. 수단의 경우 상온에서 2일간 보존되는 토마토는 이중도기 냉장고에 보관하면 20일간 보관할 수 있다. 당근은 상온에서 4일 간 보존 가능한데 도기화분 냉장고에 보관하면 역시 20일간 보관할 수 있다. 고기는 약 14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기화열을 이용한 이중도기 냉장고는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 냉장효율이 좋다. 우리의 경우 습한 장마기간에는 효용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지나치게 습도가 높을 때는 기화되지 않기 때문에 냉장효과가 떨어진다.

이중도기 냉장고를 만드는 방법


  이중도기 냉장고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직경이 다른 도기화분 두 개와 모래를 준비한다. 안쪽에 들어갈 도기화분은 가능하면 유약을 바른 것을 사용한다. 바깥 도기화분은 기공이 있어 물이 잘 증발될 수 있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기화분을 사용한다. 화분은 뚜껑이 있어야 한다. 수분을 배출할 수 있는 미세기공이 있어야 기화되면서 음식물을 보관한 안쪽 도기화분의 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안쪽 도기화분과 바깥 도기화분 사이에 모래를 채우고 물을 충분히 뿌려준다. 더운 여름에는 모래의 물이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가끔 물을 모래에 뿌려주어야 한다.

 

  물을 간간히 주어야 하는 불편을 해결하고 냉장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 꼭지가 달린 프라스틱 물통을 도기화분 보다 높은 위치의 받침대 위에 올려 놓고 물방울이 조금씩 도기화분의 모래로 떨어질 수 있도록 물 호스를 연결해 조금씩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점적 급수를 한다. 좀더 큰 규모의 기화냉장고를 만들고자 한다면 애벌구이한 흙벽돌을 이용해서 이중벽체 구조를 만들고 젖은 모래를 채우고 점적 급수가 되도록 물호스로 물통과 연결한다.


참고 :  wikipedia (en.wikipedia.org)
       로렉스 어워드 웹 (Rolexawards.com)
       쉘 어워드 웹 (wordlware.com)
       프랙티컬 액션 웹 (Practicalaction.org)
       루럴인디펜던트 (theruralindependent.com)
       국제농업기구 (fao.com)

 

 

 

(본 글은 전국귀농운동본부 계간지 귀농통문 여름호에도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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