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락… 로컬푸드(local food) 농가는 그래도 웃었다

제철 채소 꾸러미 2012.02.07 11:51

멀고 먼 경매시장 가도 손해 보고 파는데… 가까운 대형마트와 적정 가격에 직거래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지역내에서 소비하자는 취지… 불필요한 유통경로 없애

"이 상추 따가서 집에서 드시이소. 내다 팔아야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뽑아봐야 뭐 하겠십니꺼."

18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의 한 비닐하우스. 4000평 규모로 상추 등 엽채류 농사를 짓는 이무상(44)씨는 지난 8월 파종한 상추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담배를 빼물었다. 그는 다 자란 상추를 발로 툭툭 차면서 "돈 되는 거면 내가 이러겠느냐. 상추값 폭락으로 올해 수입이 3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웃에서 1500평 규모로 상추와 쌈배추를 재배하는 여인현(45)씨는 "상추 2㎏ 한 박스에 7000~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요즘 경매시장에서 3000원 선에 낙찰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3000원 받아서 포장용 박스값 500원에 인건비·운송비 등 빼고 나면 일하는 아줌마들 새참비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상추 4㎏(상품) 도매가격은 1만1200원. 작년 같은 기간(1만7700원)보다 36.7%나 떨어진 시세였다.

금남리의 상추 농가들은 농산물 경매시장의 가격 등락폭이 극심한 것에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대길(57)씨는 지난 8월 상추값이 한창 올랐을 때 오히려 큰 손해를 봤다. 대구 북구 매천동 경매장에 상추를 출하하던 조씨는 서울 가락시장 경매가가 4㎏ 1박스에 3만8000원까지 오른 것을 보고 그 다음 날 딴 상추 70박스를 서울로 올려 보냈다. 그러나 조씨의 상추는 1박스에 2600원에 낙찰됐다. 조씨는 "전날까지 3만8000원 하던 시세가 하루 만에 2600원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농산물 시세는 하늘이 정한다지만 하루아침에 200만원 날려버린 셈"이라고 한탄했다.

경북 칠곡군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여인현(왼쪽), 이무상씨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가격이 떨어진 상추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같은 날 대구광역시 동구 신기동의 깻잎 농가에서 만난 김익수(48)씨의 표정은 너무나 달랐다. 깻잎 도매가격(2㎏ 상품 1만3600원) 역시 작년(1만6640원)보다 20% 정도 떨어진 상황이지만 김씨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대형마트와 직거래하는 유통 경로를 개척해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25동에서 하루에 4㎏짜리 80박스를 출하하는 김씨는 생산량의 40% 정도를 대구 시내 이마트 등에 직접 납품을 하고, 나머지 60%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내보낸다.

깻잎 농사를 짓는 김익수(왼쪽)씨가 이마트 채소 바이어에게 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자신의 깻잎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깻잎 가격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떨어졌지만, 김씨는“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마트 제공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은 '지역 생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선 최초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시행한 강원도 원주 등 지자체를 포함해 최근엔 대형 유통업체도 로컬푸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외국에선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등이 유명하다.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필요한 유통 경로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새나가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생산자는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하고, 소비자 역시 싼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김씨는 "지난 1년간 수입을 계산해보니 이마트에서 받는 가격이 경매장에서 팔리는 것보다 20% 이상 후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재배한 깻잎 중 대형마트와 직거래하는 로컬푸드 물량은 유통구조가 극히 단순하다. 김씨의 비닐하우스에서 따서 바로 대구 지역 8곳의 이마트 진열대로 곧장 옮겨진다. 운송거리가 길어야 20㎞다. 그러나 약 300㎞ 떨어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올라가는 깻잎은 산지수집상→유통상인→가락시장 도매법인→중매인→도매상을 거쳐 소비자를 만나는 데 최소 이틀 이상이 걸린다. 김씨는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천릿길을 왕복하는 물건보다 훨씬 신선한 깻잎을 사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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